이 책의 표지를 맨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무한대가 떠올랐다. 8을 옆으로 눕히면 나오는 기호 ∞! 무한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 비법을 담은 책일까? 아님, 이 책을 읽으면 무한의 능력을 가지게 될 수 있단 의미일까? 함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디, 그건... 곧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질질 끌려 살지 않을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알려 주는 8가지 대처법을 담고 있다는 뜻을 담은 숫자 8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이 책에 대해 의심했다. 이 정도 볼륨에 가격이 좀 비싸지 않나? 했는데, 읽고 나니 그 가격은 최소한의 가치를 매긴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일단,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논리정연하게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으로 그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1부 제목을 봤을 때, 오싹했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라니! 사실, 삐삐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살아온 나인데, 전화모뎀으로 PC통신이 광속인터넷으로 초고속통신으로 변화된 이 시대를 사는 나인데, 종이 통장이 손안의 모바일 통장으로 바뀐 오늘을 사는 나인데, 이보다 더 어떤 놀라운 경험이 있을 수가 있다고? 인간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건가?라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변화된 오늘을 기점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가며 이야기한다. 내가 책에서 태정태세문단세에 나오는 현종과 찰스 배비지와의 연결고리를 만나게 된 순간, 이 책은 정말 완전 소장용이구나 싶었다. 단 한 번 읽어 가지고는 안 되는, 책장에 꽂아두고 잊을 만하면 펴 봐야 하는 그런 책! 혹자는 자료만을 모아놓은 책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료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건 뭔가 분명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 없다면 자료들은 그저 자료일 뿐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또한, 이러한 자료를 분명 어디선가 읽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머릿속에 기억으로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은 별 의미를 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자료들이 이토록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니! 미래로 나아가는 인사이트가 될 수 있는 그런 귀중한 것이었다니! 개인적으로는 정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제2부의 제목 역시 소름! 10년 후에 내 자리가 없다니! 울 뻔했다. 도대체 어떤 세상이 오길래 나에게 이토록 잔인한 말을 던진 걸까?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는데, 그냥 술술 넘어갔다. 가끔 호흡을 멈춰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다. 도대체 그럼 세상이 어떻게 된다는 거야?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 나온 순간, <인간지능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 챕터가 등장했다. 너무나 궁금했다. 바로 이 챕터는 이 책의 앞뒤를 이어 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장이었다. 이 장 이후에서는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 정말 눈이 닳도록 나온다. 이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작가는 지속적으로 설득한다. 설득이라기보다는 '내가 찾은 보물이 있는데, 이거 정말 대단한 거야. 너에게도 알려 줄 테니, 어여 찾아서 가. 꼭 찾아야 해!'라고 전도한다.
드디어 제3부에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소개해 준다. 8가지는 책을 읽고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해결책들은 분명 머리로는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실제적으로 발걸음을 내딛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담담하게 마음먹고 나가야지 당차게 마음먹고 덤볐다가는 쉬 나가떨어질 것 같고.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답게 살려면 에이트까지 못하더라도 파이브까지는 해야 하지 않을까?
가장 기계적인 시대에 가장 성공할 방법은 가장 인간적이 되는 거란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 이 책은 비단 미래의 끔찍할 수도 있는 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법을 알려 줄 뿐 아니라, 낡아진 정신과 피폐된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촉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왔으면 인간답게는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돈 버는 기계, 돈 자랑하는 괴물, 돈 쓰는 마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에이트>는 정말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자꾸자꾸 질문이 떠오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뭐지? 하며 계속 읽게 된다. 또한, 어느 독자층이든 다 흡수할 수 있도록 부록과 주석도 아주 충실이 달아 준 친절한 책이다. 못 알아들을 만한 내용이 있을 법도 한데, 자꾸 가르쳐 준다. "이건 이거예요."라고. 단언컨대 읽고 나면 허무한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자랑용 자기계발서는 절대 아니다. 따뜻한 감성과 창조적 지성을 일깨우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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