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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관련 지식

[황선미 작가] 마음에 심은 꽃

by planking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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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를 알게 된 건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서였다. 아니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먼저 알고, 그 후에 이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도 보고, 아이와 함께 뮤지컬도 보고 할 정도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마당을 나온 암탉의 번역서 표지를 봤을 때, 다시 한 번 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었다. 찍어 놓은 사진이 있을 텐데... 하며 찾아보니, 있었다. 이게 몇 개국 언어로 번역된 거야?! 이 때문에 <마음에 심는 꽃>이 더욱 반가웠나 보다. 이런 유우우우명한 작가의 책이니!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내가 읽는 모습을 보더니 아이는 뭐냐고 물었을 정도로. 아이에겐 일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가 쓴 책이라고 기억 나냐 되물었던 기억이다. 아이는 이내 곧, 자기도 읽고 싶다고 했다. 아이 역시 단숨에 읽어 냈다. 술술 읽힌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결말이 좀 답답하다며... 어찌 된 거냐며... 물어 왔다.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는 도시에 사는 요즘 아이라서 분교도 모르고, 농고도 몰랐고, 삼촌에게 문자가 아닌 편지로 소식을 전한다는 사실도 생경해 했지만, 자신이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비밀의 화원> 때문에 수현이와 동지애를 느끼는 것도 같았다.

같은 초딩이구나...라는. 나는 뭔가 아스라한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나의 옛추억들이 떠올랐다. 흠... <소나기>를 대신해서 <마음에 심는 꽃>이 국어교과서에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과거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난 피카소 박물관에 가서 이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대충 선만 그으면 되잖아?"라고. 이처럼 <마음에 심는 꽃>을 읽고 "이 정도 스토리는 나도 쓰겠다!"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간결했다. 당연히 내가 피카소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없듯, 그들도 황선미 작가의 글을 따라 쓸 순 없을 것이다. 대가의 작품에는 그만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준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은 아주 편안히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텍스트와 함께하는 수채화는 작가가 쉬라고 내어 준 자리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같다. 곳곳에서 그림을 그린 이의 위트와 따뜻한 시선이 느껴질 때면 엷은 웃음도 띠게 된다. 참 좋은 시절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난, 그 추억을 나누어 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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