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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궁금 & 답변

이과 출신이 사서자격증 취득한 이야기

by planking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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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취득했으니 5년도 더 된 일이다.
이 글은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타과를 전공한, 뒤늦게 사서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서자격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방법을  찾아보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경력도 단절됐겠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지역사회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알아보게 된 거였다.

그 당시에는 평생교육원, 성대사서교육원, 문헌정보나 기록학 전공 대학원의 루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원은 돈도 많이 들고 내가 막 그렇게 석사를 할 정도로 파고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평생교육원과 사서교육원을 알아보았다.

사서교육원은 스케줄상 어려워서 평생교육원으로 마음을 굳히고 대림대학교와 숭의여대를 검색해 봤다. 당시 대림대는 직접 가서 등록을 해야 해서 집에서 거리도 멀고 해서 패스하고, 숭의여대만 넣어 보았다. 지금과 달리 성적순이 아니어서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여야 합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이버대학교나 방송통신대학으로 점수 세탁하고 들어가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 점은 정말 난감하다. 오히려 랜덤으로 추첨하는 게 더 받아들이기 쉬울 거 같다. 학벌주의를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서울대에서 학점 따기와 타대학에서 학점 따기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숭의여대 평생교육원에 입학해서 수업을 들었다. 주중 저녁 2번, 주말 1번의 과정을 계절학기 없이 들었고, 막판에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전공선택 과목이 있다고 해서 2과목 정도를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여유로웠을 것 같다.

학생들은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도 계시고,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에서 오는 분들도 계셨다. 먼 거리에서 올 정도로 열정에 대단한 분들은 확실히 헌신적으로 공부했고,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정사서 자격증을 따로 온 사람들은 대충 하기도 했다.

교수들도 천치만별이었다. 과시하며 무시하는 교수도 있었고, 뒤늦게 공부하는 여린 학생들을 위로하는 교수도 있었고, 수업 준비 없이 책만 읽다 가는 사람도 있었도, 정말 성실하게 시간을 채워 주는 사람도 있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국회도서관에 다니는 한 분과 사서교시 한 분, 서지학, 그리고 목록학 교수가 기억에 남는다. 성실하거나 재밌거나 성의없거나 잘난척하거나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에피소드를 재밌게 풀어줬던 분들이다.

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과제도 하고 시험도 보고,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자격증 시험이 따로 없는 터라 비교적 쉬운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그 문 안으로만 들어가면 되는 과정이니 말이다. 사서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일하는 건 마뜩찮았다. 그저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후에 아이가 커서 도서관에서 일하려고 그 자격증이란 걸 들고 취업의 문을 두드려 보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 아래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 할 것 같다. 낼모레 지천명인데 기회란 걸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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