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라고 해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는지 막상 쓰려면 생각나는 것도 없고 쓸 수 있는 소스도 없다는 것이다. 첫째! 그런 아이들을 다그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말 생각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막상 적으려고 하면 시시한 것 같고, 길게 쓸 자신도 없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지 않는다, 쓸 말이 없다고 할 때가 많다.
그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생각을 끄집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있었던 생활 속에서 한 가지 사건을 엄마가, 또는 아빠가 끌어내 주어야 한다. 학교에 갈 때 아무 사건이 없었다고 해도, 아침에 먹은 식사 이야기, 아침을 먹기 싫었던 이야기, 학교 가기 싫었던 이야기, 학교 갈 때 인사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만난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끄집어 내 주어야 한다. 그러고는 그때의 감정까지 적어주면 그걸로 완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먼저, 시간과 장소를 정하라고 한다. 일기를 쓸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에 집중해서 쓰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고는 주제를 정해 보라고 한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생각이나 감정, 말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일 등을 주제로 삼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자유롭게 쓰는 거라고 한다. 일기는 솔직히 누구에게 보여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 검사, 엄마 검사 때문에 아이들은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기를 쓸 때는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적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잘못한 일로 인해 혼나는 일과 같은)을 알게 된다면 좀 더 솔직히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정이나 상황을 적을 때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적는 게 좋다. 학교에 갔다. 이렇게 적는 것보다는 학교까지 걸어가는 동안 느꼈던 감정을 넣어서 상세하게 적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현관에서 신발을 고를 때 오늘은 유독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가고 싶었다. 내가 매우 아끼는 운동화지만 오늘은 더욱 나를 빛나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기를 보관하는 것이다. 일기를 적은 노트나 종이를 한곳에 묶어둔다면 훗날 뿌듯함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내가 살아온 여정에 대한 성취감까지 얻게 될 것이다. 한편, 전문가 중에는 일기를 적을 때 나쁜 감정에 대해 적는 것을 삼가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일기는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드러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감정이 좋지 않았다면, 왜 좋지 않았는지, 그로 인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나가다 보면 나쁜 감정도 풀리게 되고 그런 감정을 느낄 때 극복할 방안에 대해서도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조차 쓰기 어려운 아이가 있다면, 매우 단조롭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게 하는 것이 좋겠다. 학교에 갔다. 점심에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다. 하교할 때 김우빈과 함께 집에 왔다. 이렇게 아주 간단하게 적도록 한다. 그런 기록을 적다 보면 점차 감정과 느낌을 넣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봤다. 공부 시간에 그 고양이 생각이 났다. 밥을 먹을 때 그 고양이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교하는 길에 고양이를 찾아봤지만 만날 수 없었다. 슬픈 마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일기를 쓰지 못한다고 해서 다그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말자. 이렇게 간단한 문장부터 시작해서 일기를 적어 나가다 보면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고, 일기를 쓰는 데 두려움이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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