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님이 추천했던 책이다.
인문과학 지식을 두루 섭렵한 사람이 읽으면 진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챕터별 편차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지었다.
독서란 무엇인가?
독서란 매우 복잡한 과제로, 수많은 뇌 영역을 호출한다. 그러나 독서는 언어와 다르다. 즉, 언어는 인간의 뇌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독서는 인간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는 비교적 최근(아마도 5000년 전)에 진화했으며, 뇌의 시각피질 중 미세한 부분에 의존한다. 우리가 오늘날 시각단어형태영역(visual word form area: VWFA)이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좌뇌의 뒤쪽 근처에 있는 피질영역의 일부다. 이것은 자연계의 기본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 진화했지만, 문자나 단어의 인식을 위해 전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형태와 문자의 인식은 독서의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VWFA는 뇌의 수많은 다른 영역과 양방향으로 접속하는데, 그중에는 문법, 기억, 연상, 감정에 관여하는 영역이 포함되어 있어, 문자와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은 독서와 관련하여 제각기 독특한 신경경로(neural pathway)를 형성하며, 개인의 독서 행위는 기억과 경험만이 아니라 감각양식(sensory modality)과도 제각기 독특하게 결합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단어의 소리를 '듣는'가 하면(나도 단어의 소리를 듣는다. 단, 정보 수집을 위해 독서를 할 때가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할 때만), 어떤 사람들은 문장의 청각적 리듬이나 강약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어떤 사람들은 문장의 시각적 모습이나 형태를 더 민감하게 의식한다.
'직접 읽기'와 '읽어주는 책 듣기'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가 책을 직접 읽을 때는, (눈을 사용하든 손가락을 사용하든) 자유자재로 건너뛰거나 되돌아오고, 다시 읽고, 문장 한가운데서 심사숙고하거나 몽상에 빠질 수 있다. 그에 반해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과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직접 읽기보다 수동적인 경험이고, 타인의 음성의 변덕에 놀아나기 쉬우며, 대체로 내레이터의 페이스에 맞춰 진행된다.
코끼리는 과연 뛰는 것일까?
2003년 네이처 논문 <빨리 움직이는 코끼리는 정말로 달리는가?>에 따르면, 서둘러 움직이는 코끼리는 실제로 뜀뛰기와 걷기를 병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서, 어깨의 수직 운동은 걷는 동작을 시사하는 반면, 엉덩이의 수직 운동은 달리는 동작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비교적 빠른 걸음'과 '비교적 느린 달리기'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뒷부분(뒷다리와 궁둥이)이 앞부분(앞다리와 머리)의 끝과 충돌할 테니 말이다.
1980년 중반에 마이브리지는 24대의 카메라 포대를 사용해서 움직이는 코끼리를 촬영했다. 그러나 마레는 코끼리의 관절을 종잇조각으로 표시한 다음, 슬롯셔터가 달린 사진총(photographic gun)을 이용하여 코끼리의 모든 연속 동작을 하나의 사진건판에 담아냈다. 그리하여 일련의 유령 같은 이미지들이 중첩되었는데, 이것은 어깨와 엉덩이 관절의 수직 운동을 단계적으로 보여줬다. 그런 합성 이미지들은 마이브리지의 다소 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운동에 대한 비범한 감각을 키워주고, 코끼리의 실제 운동과 운동에 관여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해줬다.
정원이 필요한 이유
자연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뭔가에게 말을 거는 게 틀림없다. '자연'과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생명애(biophilia)는 인간됨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고, 자연을 관리하고 돌보려는 욕망을 의미하는 원예애(hortophilia)도 우리의 몸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있다. 자연이 건강 증진 및 치유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더욱더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들, 녹색 공간에 접근할 수 없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도시의 답답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 양로원과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 자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영적/정서적 측면뿐 아니라, 생리학적/신경학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나는 그것이 뇌의 생리학은 물론 어쩌면 구조에도 심오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상세계의 덫에 걸린 사람들
나는 완벽히 사라진 미풍양속에 늘 직면한다. 사회생활, 거리생활, 주변의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사라졌다. 백 보 양보하여, 적어도 대도시에서는 그렇다. 대다수의 도시인들은 쉴 새 없이 휴대전화 통화나 다른 장치에 매달려 지절거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각양각색의 가상현실에 점점 더 빠져든다.
오늘날에는 생각, 사진, 움직임, 물건 구입 등 모든 개인사가 공개된다.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세상에서, 프라이버시는 존재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욕구도 없다. 매분 매초는 손에 쥔 장치를 사용하는 데 할애된다. 이런 가상세계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결코 홀로 있을 수 없으므로,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식하거나 집중할 수 없다. 그들은 문명의 편익과 성과를 대부분 포기했으므로, 예술 작품, 과학 이론, 일몰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호젓함과 여가, 자유재량, 진정한 몰입감을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심지어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인간의 삶과 문화적 풍요는 생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감히 품는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을 문화의 방어벽이나 인류의 집단 기억으로 간주하지만, 나는 심오한 사고, 손으로 만딜 수 있는 성과와 잠재력을 가진 과학도 그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좋은 과학'이 전례 없이 번성하고 있으며, 훌륭한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조심스레 서서히 움직이며 지속적인 자기 검증과 실험을 통해 통찰력을 점검받고 있다. 나는 좋은 글쓰기, 미술,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만, 품위, 상식, 선견지명, 불행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 같은 인간의 미덕을 바탕으로 수렁에 빠진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과학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잠재력은 방대하고 중앙집권화된 기술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노동자, 농민, 장인들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중등 관련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춘기 아이 공부 어떻게 시켜야 하나요? (0) | 2024.09.09 |
---|---|
청심국제중학교 전편입 지원 (0) | 2024.05.20 |
[중학교 교육 관련 질문 8] 수행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나? 학원 도움을 받아야 하나? 수행평가 점수받는 법 (1) | 2024.05.09 |
[중학교 교육 관련 질문 7] 영어 문법은 어떻게 정리해 두어야 하나? 문법 수준 점검법 (0) | 2024.05.08 |
[중학교 교육 관련 질문 6] 인강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 인강 선택 방법 (0) | 2024.04.07 |
댓글